진심 다해 아무것도 쓰기 싫은 당신(=나)에게

또 다시 아무것도 읽지 않고, 쓰지 않았습니다

퇴사 이후 최소 주 3일은 콘텐츠를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지키지 못했어요. 스스로 약속한 마감을 지키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너 진짜 별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강의도, 유튜브도, SNS 소통도 거뜬히 해내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을 봐바,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지’하고 반성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나를 미워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한 끝에 깨달았습니다.

서른 중반이 되니 이 미움도 반복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많은 프리랜서들이 이런 마음 경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무기력의 늪을 탈출하기 위한 3가지 방법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무기력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제가 실천하고 효과를 봤던 방법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영감이 고갈됐을 땐 수신 거부부터

먼저, 많은 소음을 제거했습니다. 에디터로 일하다보니 텍스트 수집에 대한 강박이 심했습니다. 뉴스레터, 푸쉬 메시지 등 광고 메시지를 전부 수신 동의하고 시의성을 좇기 바빴죠. 과감하게 다시 안 볼 메시지를 전부 정리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키지 않는 약속들은 전부 미뤘습니다. '생산성 0'을 목표로 의식적인 차단을 해보니 일주일에 3번, 2시간씩 하는 배드민턴 수업만이 남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저는 운동도 헬스(웨이트)처럼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복싱이나 배드민턴처럼 상대방과 호흡하며 하는 운동을 훨씬 좋아했습니다.

어쩌면, 프리랜서의 일들은 혼자서 진행해야하는 업무가 많다보니 동료와 사람들을 좋아하는 제 성격에는 ‘외로움을 느끼기 쉬었구나’ 깨달았어요.

프리랜서는 자기 경영이잖아요. 나를 의식적으로 알아가는 것은 선택 보단 책임에 가깝습니다.

제 감정이 반짝이거나 꺼지는 순간들을 다 외면한 채로, 계속 콘텐츠만 써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으니 그간 방전이 되었던 거였어요.


두 번째, 느슨하게 나를 조여줄 창작 루틴 만들기

시스템이 없이는 제 게으름을 이길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콘텐츠 챌린지를 찾다가 스스로 만든 챌린지가 제일 낫겠다 싶더라고요.

지난주부터 전 직장 동료와 함께 매일 3시간씩 온라인 미팅으로 만납니다. 음소거를 해두고, 각자의 창작을 이어나갑니다. 이 뉴스레터는 음소거 창작 시간의 결과물이에요. 시간을 강제로 잡아두는 것. 제가 가장 편안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세 번째, 축하하는 습관 만들기

회사 생활을 하며 크고 완벽한 아웃풋을 추구하는 대가로 작아보이는 것들은 무쓸모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깃들었더라고요. 그동안 여러 채용 제안도, 프로젝트 제안에도 마음이 크게 뛰질 않았어요.

정중한 거절 메일을 보내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쁘고 축하할 일이 맞는데도, 스스로 감사할 줄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하고요. 그러던 중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에서 마음을 때린 문장을 찾았습니다.

당신의 직위, 건강, 사랑하는 사람들, 심지어 당신의 몸까지 당신이 ‘내것’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소유가 아니라 대여다. 운명이 잠시 맡겨놓은 것이다.

-도서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

저는 커리어, 건강, 능력 모두 제가 만든 거라 착각하고 오만했었습니다. 다시, 초심을 찾기 위해 작은 일에도 축하하기를 실천 중이에요. 생일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축하의 말을 하는 거죠.

‘채용 제안 받은 거 축하해’

‘프로젝트 제안 받은 거 축하해’ 이렇게요.

그 외에도 여러 미니 습관을 실천 중입니다. 아침에 물 한 잔 마시기, ‘오늘도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라고 거울에 말하기, 자기 전에 종아리 마사지해주기, 매일 30분 산책하기, 머리 꼭 말리고 자기 등등요.

거대하고 장엄한 아웃풋으로 멀어지니 마음이 고요해지더라고요.


진심을 다하느라, 지친 창작자에게 바치는 콘텐츠 4선

전 마음을 울리는 대사 한 줄, 책 구절 하나가 삶을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유난히 침대에 오래 사로잡혀 있거나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덮친다면, 아래 콘텐츠를 추천할게요.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도서_<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조언집이에요. 저자는 우리가 바쁘게 살기 때문에 인생이 짧다고 느껴진다고 말하는데요.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집중한다면 인생은 충분히 길고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타인을 쳐다보느라 자신을 잃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추천해요.

4월은 너의 거짓말

애니메이션/만화_<4월은 너의 거짓말>

타고난 천재와 노력하는 천재. 매일 한계에 부딪히는 두 음악가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성장하는 이야기예요. OST도 따뜻하지만, 트라우마에 갇힌 유년 시절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장 서사가 삶이라는 떨리는 무대 앞에 선 우리에게 용기를 줘요. (필자는 애니메이션 엔딩 영상을 사무치게 좋아합니다)

습관의 디테일.

도서_<습관의 디테일>

'사소한 일에 축하하기'는 이 책에서 발견한 인사이트에요. 저자는 유명한 행동 심리학자로 전세계인의 라이프 코칭을 해주는데요. 사소한 습관으로 만드는 놀라운 변화에 대해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법을 알려줍니다. 본인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해요.

퀴어아이

넷플릭스 예능_<퀴어 아이>

세상을 구하는 다정한 퀴어들의 이야기예요. 다섯 명의 멘토들이 매 화마다 삶의 난관의 부딪히는 사연자를 만나 주거 환경, 음식, 커뮤니케이션, 패션까지 바꿔줍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꿈꾸던 일상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과정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멘토들의 진정성이 심금을 울립니다. 더 나아지려고 애써온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프로그램이에요.

p.s 이 글을 다 읽은 여러분,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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